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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르르씨_영화 드라마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Lost in translation)-낯선 외로움, 공허, 그리고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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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매혹당한 사람들(The Beguiled)'를 보다가 '소피아 코폴라' 감독(니콜라스 케이지의 사촌인건 이 번에 알았네요)의 다른 작품도 보고싶어 다시 찾아본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Lost in translation)입니다. 이 감독의 작품 제목은 한국어 번역이 다 왜 이러는지 모르겠는데요. 아무튼 소피아 코폴라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모두 맡았다고 합니다.

2004년 2월 개봉한 영화로 스칼렛 요한슨 출연작이죠. 남자 주인공은 빌 머레이입니다. 동양적 문화가 물씬 풍기는 도쿄를 배경으로 미국인들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다소 생소한 설정입니다. 이들에게 동양 문화는 낯선 것이기에, 낯선 곳에서 만난 낯선 사람들의 이야기로 볼 수 있죠.

이 영화는 아카데미에서 각본상을 받았으며, 스칼렛 요한슨 또한 연기력을 입증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15세 이상 관람가입니다.



지구 반바퀴를 돌아 만난...

중년의 남성 밥 해리스(빌 머레이)는 할리우드 스타로, 위스키 광고를 촬영하기 위해 일본을 방문합니다. 서양인 눈에 비친 일본은 낯설고 또 낯설기만 합니다. 말도 통하지 않고, 외로움을 느끼죠. 그래서 밥은 매일 같은 호텔에 무료하게 머물고 있습니다. (저 같으면 여행 간 것으로 치고 열심히 돌아다닐텐데, 참 소극적인 캐릭터인가 봐요. 아무튼.)

젊은 부인 샬롯(스칼렛 요한슨)은 사진작가인 남편을 따라 뉴욕에서 LA로, 또 일본 도쿄로 왔습니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됐지만, 낯선 곳이어서 그런지 남편도 별다른 의지가 되지 않습니다. 자신은 일본에서 별 달리 할 일도 없고, 외로움과 고독함에 시달리고 있죠. 남편은 다른 여자 동료와 일본 내 또 다른 지역으로 출장을 갔습니다.

두 외로운 영혼은 같은 호텔에 멍하니 머물다 호텔 바(Bar)에서 우연히 만납니다. 둘다 결혼을 했고, 나이 차이가 크게 나지만 외롭다는 공통점이 있는 만큼 운명처럼 이끌리고 말죠. 둘이 되고서야 도쿄 시내를 여행하듯 함께 구경하고, 많은 대화들을 나누고 또 공감하게 됩니다. 즐겁고, 재미있고, 또 설레어합니다.

밥은 일정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샬롯이 마음에 걸립니다. 중년의 남성과 갓 결혼한 새댁의 낯선 곳에서, 단 일주일 간의 만남. 이 둘은 사랑을 한 걸까요, 아니면 낯선 곳에서 외로움을 달래주는 수단이었을 뿐일까요?

"난 이제 떠나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 사이에 있는 게 지워지지는 않을 겁니다" 밥의 대사는 둘 사이에 어쩌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사랑과 외로움, 고독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음을 암시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각자의 길을 가는 두 사람

이 영화는 불륜적인 요소를 크게 부각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두 사람이 한 침대에 눕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그대로 잠을 잡니다. 이 장면을 보니, 두 사람이 꼭 남녀가 아니었어도 이와 같은 관계를 맺었으리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간으로서 동질감을 느끼고 외로움과 공허함을 달래고 싶었을 뿐이니까요.

그렇게 밥은 미국으로 돌아왔고, 샬롯은 그대로 도쿄에 머무릅니다. 밥은 아이들과도 놀아주고, 카페트를 고르기도 하면서 아무렇지 않은 듯, 이전과는 같은 듯한 일상을 보냅니다. 그러나 밥이 말한 대로, 밥과 샬롯이 나눴던 무언가는 사라지지 않은 채 남아있겠죠. 오히려 쿨한 듯한 관계가 좀 더 여운을 줬던 결말인 것 같습니다.


동양문화 비하 논란도...

그럼에도 이 영화를 맘 편히 추천드릴 수 없는 것은, 서양인의 시선으로 동양인을 비하했다는 논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밥과 샬롯이 스시집으로 데이트를 하러 가서 먹는 중에, 주방장들이 영어를 알아듣지 못하자 '오타쿠들이니까 발톱을 넣은 초밥도 있을 것 같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또한 샤브샤브 메뉴를 두고 '손님에게 요리를 시키다니'라고 말하는 장면은, 동양적인 문화에 대한 기본적 지식이 없거나 이해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은 듯한 느낌이 듭니다. 엘리베이터 안, 키 작은 일본인들 사이에서 중앙에 혼자 멀뚱히 서있는 밥. 이 장면은 충분히 어떤 의도를 갖고 만들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오리엔탈리즘에 민감하신 분들은 시청하지 않는 것이 정신 건강을 지키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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