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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르르씨 Review_영화 드라마

장화, 홍련 - 감각적인 한국식 공포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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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엔 공포영화가 당기기 마련입니다. 개인적으로 2000년대 초반 많은 공포영화를 봤지만 '장화홍련'(2003) 만큼 한국식으로 무서운 영화는 드문 것 같습니다. 뛰어난 영상미와 감각적인 연출, 신비롭고 절묘한 OST가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곱씹을수록 무서운 맛이 있습니다. 근데 지금보니 화질이 영.. 이렇게 격차가 나다니?!

2000년대 초반 급부상한 김지운 감독이 각본, 연출을 모두 담당했습니다. 많이 아시다시피 한국인이라면 잘 알고 있는 전래동화 '장화 홍련'을 바탕으로 만들었습니다. 배우 임수정은 이 영화를 계기로 톱 여배우 반열에 들어섰고, 문근영은 국민 여동생 이미지를 굳혔습니다. 염정아의 예민하고 날카로운 연기가 돋보입니다.

청소년 관람불가일 듯 하지만 12세 관람가입니다. 아마 잔인하고 잔혹한 장면보다는 심리적 공포가 더 큰 작품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고향으로 돌아온 두 자매와 계모


두 자매 수미(임수정)와 수연(문근영)은 딱 봐도 여리여리하니 병약해 보입니다. 서울에서 오랜 요양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오자 새엄마 은주(염정아)가 맞이해줍니다. 그녀는 반가운 척 하지만 차갑고 예민한 인상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두 자매 또한 새엄마를 불편해하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인적이 드문 시골에 홀로 서 있는 일본식 목재 가옥. 빨간 드레스를 입은 새 엄마와 짙은 그린색을 칠한 부엌, 두 자매들의 하얀 레이스 잠옷 등... 이 영화는 스산한 분위기와 달리 뛰어난 영상미를 보여줍니다.



그렇게 새 가족이 함께한 첫 날부터, 가족들은 환영을 보고 악몽을 꿉니다. 주방에서 귀신이 나오고 기이한 일들에 계속 휘말리고 맙니다. 수미는 일찍 돌아가신 엄마를 대신해 동생 수연을 보살펴야 한다는 책임감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아버지 무현(김갑수) 옆에는 이제 새엄마가 있지만, 수미는 자신이 직접 챙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때문에 예민한 은주는 계속 정서불안적인 증세를 보이고, 두 자매와 끝없이 부딪힙니다. 영화는 반전을 보여주기 전까지 그렇게 자매와 은주 간의 갈등을 크게 부각합니다.


진짜 공포대상은 누구?

사실 새 엄마와 수연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인물입니다. 모두 수미가 만들어 낸 인물이었습니다. 영화 '식스센스'(1999)와 '디 아더스'(2001)를 시작으로, 2000년 초반 공포영화는 '정말 공포스러운 주체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져왔습니다.

내가 무서워하는 대상이 귀신인지, 살인마인지, 환영인지... 꼭 제3의 대상이 공포의 원인이 되어야만 하는가 하는 질문입니다. 위 언급한 영화들 이후로 공포의 주체는 다름 아닌 '나'로 바뀌었습니다.

항상 실체없는 무언가를 공포스러워하고 살아왔지만, 알고 보니 내가 그 공포 원인의 유발자였던 것입니다. '식스센스'와 '디 아더스'는 '바로 내가 귀신이었다'를 보여줬다면, 영화 '장화, 홍련'은 '그 귀신을 창조한 것은 다름아닌 나'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듯합니다. 이런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을 받아 들어야 하는 상황만큼 또 공포스러운 일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이 영화에서 두 자매의 친엄마는 아버지와 은주가 불륜 관계임을 알아차리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이를 본 수연은 엄마를 옷장에서 끄내려다 그만 시신과 옷장 밑에 깔립니다. 새엄마 은주가 수연이를 구해주려고 가는 순간, 수미가 가로막는 바람에 말다툼이 시작됩니다. 그 과정에서 은주는 수미에게 "이 순간을 후회하게 될 수 있다"는 말을 합니다.




영화 곳곳에 있는 단서들

수미는 엄마와 동생 수연이 죽으면서 큰 고통을 받게 되고...그렇게 고향 집으로 혼자 내려왔습니다. 사실 모든 게 수미가 만든 환영이었다는 것은 영화 곳곳에서 나타났습니다. 아버지가 누군가와 치료는 힘들다고 통화한 점에서 수연이 죽었음을 암시합니다. 또 자매와 이야기할 때, 가만히 보면 아버지는 수미와만 대화를 합니다. 수연은 없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자매들과 은주의 생리일이 겹친점은, 수미가 은주를 연기하고 있음을 암시합니다. 아버지가 은주와 한 침대에서 자지 않고, 자꾸 몰래 빠져나오는 것은 은주가 아닌 수미이기 때문입니다. 수미는 은주와 다투다가 은주 손등에 상처를 내는데, 나중에 보면 수미 손등에 상처가 나있습니다.

이토록 이 영화는 기존 공포영화 공식을 깨버립니다. 보면 볼수록 새로운 장면들을 발견할 수 있고, 곱씹을수록 무서운 영화입니다. 올여름에 강추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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