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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르르씨 Review_영화 드라마

‘남과 여' (A MAN AND A WOMAN) - 사랑의 온도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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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히 숨어있는 명작 '남과 여'입니다. 불륜이란 다소 자극적인 주제임에도 극적인 스토리는 없지만, 잔잔함이 울렁입니다. 오고 가는 눈빛과 절제된 감정들... 그 잔잔한 스토리만큼이나 새하얀 핀란드 설경을 차분히 즐기는 편도 좋겠습니다.

처음엔 영화 제목이 다소 밋밋하다 생각했으나,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곱씹을 수록 이보다 더 좋은 제목을 붙이긴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윤기 감독에 공유, 전도연 주연의 영화이며, 현재 넷플릭스에서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청소년 관람불가입니다.


아픈 가정과 절제할 수 밖에 없는 감정


주인공 상민(전도연)은 멋진 커리어우먼입니다. 당당하고 도도해 보이는 그녀는 무엇 하나 부족할 게 없어 보이지만, 딱 하나 자폐아 아들을 두고 있습니다. 변기의 물을 마시는 아들은 24시간 보살펴도 모자랍니다. 겉보기와는 달리 상민은 아내로서, 또 엄마로서 삶이 힘겨워 보입니다.


기흥(공유)은 핀란드에서 가족과 떨어져 혼자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족과 함께한다고 그 외로움이 달래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의 아내는 우울증에 시달리면서 툭하면 자살을 시도한다고 협박하고, 그런 엄마 밑에서 자란 딸 또한 실어증에 걸렸습니다. 기흥의 눈빛은 공허하기만 합니다.


두 사람은 아이를 치료하기 위해 찾은 핀란드 국제학교에서 마주하고, 마치 필연처럼 만납니다. 그리고 각각 가정이 있음에도 서로에게 끌리는 마음을 숨길 수가 없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아픈 가정이 있다는 공통점이 두 사람을 더욱 끌리게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불안정한 관계를 이끌어가는 두 사람. 기흥은 우리의 관계가 마치 여행과 같다고 말합니다.


끝없이 펼쳐져 있는 설원, 그 위에 끝없이 솟아나 있는 자작나무들. 상민과 기흥은 북쪽에 있는 아이들 캠핑장을 따라 몇 시간이나 동행했습니다. 그리고 동떨어져 있는 외딴 오두막 사우나에서 둘의 사랑을 확인합니다. 마치 여행을 가듯, 일상을 탈피하듯 말입니다. 하지만 둘은 이름도 모른 채 헤어집니다.


사랑을 위해 다 버린 여자 VS 가정을 지켜야 하는 남자


핀란드에서의 사랑을 서울에서도 이어가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기흥과 상민은 다시 만났고, 둘은 겉잡을 수 없는 사랑에 빠집니다. 이때 기흥은 상민을 우연인 듯 우연이 아닌 듯 찾아갔지만, 아마도 필사적이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서로의 이름을 확인한 그들은, 더 이상 누구 엄마 아빠, 아내 남편이 아닌 오로지 하나의 주체로, 남자와 여자로서 만남을 지속합니다.


그리고 어느 날 기흥을 만나러 호텔로 향하는 상민에게 남편은 '남자라도 있나보지?'하며 비웃습니다. 별생각 없이 던진 말 같은데 상민은 '난 그 사람 없으면 안 된다'라고 고백해버립니다. 이미 상민은 새로운 삶을 살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기흥은 오지 않습니다. 기흥은 차마 호텔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립니다. 가장으로서의 무게? 자신이 없으면 안돼는 아내와 딸을 생각한 걸까요? 아니면 상민이 가정을 지켰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었을까요?

그렇게 1년이 지나고, 상민은 이혼을 하고 혼자 살고 있습니다. 아픈 아이도 남편이 돌보는 듯 합니다. 기흥은 핀란드에서 아내와 딸과 함께 변함없이 똑같은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상민이 핀란드로 향합니다. 하필 그곳에서 기흥과 아내, 딸이 즐거운 듯 함께 웃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차를 돌리는 상민, 기흥은 그녀를 따라가는 듯 싶지만 손에 든 차키만 꼭 붙잡습니다. 어쩔 수 없이 내려놓는다는 듯, 그의 눈빛은 또 공허하기만 합니다. 상민에게도 남편의 전화가 오고, 아들과 통화를 합니다. 그리고 상민의 눈물이 멈추지 않습니다. 가정을 버린 후회의 눈물일까요? 아님 자신에게 오지 못하는 기흥을 향한 눈물일까요?

생각해보면, 상민은 기흥에게 어떤 원망의 말도 내뱉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서로의 안쓰러움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일 것입니다. 둘의 결말은 열려있는 듯 그렇게 닫혀있습니다.

※ 참고로 핀란드 출신의 배우이자, 칸 영화제에서 여우 주연상을 받은 '카티 오우티넨'이 특별 출연했습니다. 맨 마지막 상민(전도연)이 탄 택시 운전사로요. 끝없이 펼쳐진 설원만큼이나 새햐얗게 질려버렸을 상민의 마음, 그리고 그녀가 핀 하얀 담배연기가 압권인 마지막 장면에 같이 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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