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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르르씨 Review_영화 드라마

언어의 정원 - 장맛비와 함께 오고 간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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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세차게 오거나 추적추적 내릴 때마다 생각나는 일본 애니메이션 '언어의 정원'입니다. 애니메이션의 대가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이기도 합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 '초속 5센티' 등 대표작이 많지만, 그중 가장 간략하면서도(러닝타임이 46분 밖에 되지 않아요) 핵심을 잘 전달하고 긴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랄까요.

'언어의 정원'은 2013년 첫 개봉했으나, 2020년에 재개봉하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뛰어난 영상미와 음악, 그리고 긴 여운이 남습니다. 특히 마지막 OST, 하타 모토히로의 'Rain'과 함께 이뤄지는 반전은 압권이죠. 그 장면을 보기 위해 앞에 40여분을 봐야 한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또한 이 애니메이션은 한 여름철 짧은 장마 기간에 만난 사랑을 주제로 하기 때문에, 비 내리는 장면과 물 웅덩이, 그에 비치는 불빛, 무지개 등과 같은 장면이 실사와 같이 아름답게 그려집니다.



도심 속 공원, 구두 디자이너가 꿈인 남자

이 애니메이션은 실제 일본 도쿄의 신주쿠코엔(공원)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18살의 고등학생 다카오는 구두 디자이너의 꿈을 키우곤 했습니다. 유독 비가 오는 날이면 수업을 땡땡이치고, 신주쿠 코엔 정원으로 향하곤 했죠. 그곳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구두 스케치를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28살의 유키노를 만납니다. 그녀는 대낮부터 신주쿠코엔에서 초콜릿에 낮술을 들이켜는 과감하고 특이한 행동을 보여주고, 다카오는 그런 그녀에게 호기심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걷는 법을 잊어버렸다는 유키노에게 구두를 만들어 주기로 합니다. 정성스럽게 발 치수를 직접 쟤고 말이죠.

그곳에서 둘은 도시락을 나눠먹기도 하고, 시적 대화를 나누기도 합니다. 유키노가 읊은 짧은 시 구절에 다카오가 답가를 하면서 말이죠.

“천둥소리를 멀리서 들려주며
몰려오는 비구름아
비라도 내려주렴
그대가 여기에 더 머무르도록”
-유키노가 읊은 시
“천둥소리를 멀리서 들려주며
비구름 몰려오지 않아도
나는 머물겠소
그대가 여기에 더 머무른다면”
-다카오의 답가



가장 아플 때, 만난 두 사람

사실 둘은 각자 힘든 시기를 보내면서, 이를 이겨내야 하는 와중에 만나게 되었습니다. 다카오의 어머니는 자신보다 12살이나 적은 남자친구를 사귀며 가출까지 했고, 다카오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형과 끼니를 때웁니다. 그러던 형 또한 여자친구와 살겠다며 집을 나가겠다고 하죠.

유키노 역시 여리여리하고 상처를 많이 받았을 법한 이미지인데, 알고 보면 전 남자친구에게서 상처를 받아 미각 장애를 앓고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초콜릿과 맥주 조합이 가능했던 것이죠. 또 출근을 하기 싫어 땡땡이를 치곤 했고, 그렇게 정원에 들리게 됩니다. 그렇게 장마가 지나고 8월이 되니 맑은 날이 계속됩니다. 그리고 또 9월이 됩니다.


정원 밖에서 마주친 두 사람

두 사람은 비오는 날 신주쿠코엔이 아닌, 학교에서 마주치게 되죠. 유키노는 다카오가 다니는 학교의 선생님이었습니다. 둘은 첫 공원에서 만났을 때, 타카오는 유키노에게 어디선가 만난 적이 없었냐고 묻지만 유키노는 대답을 잘 피해 갔죠. 유키노는 교복 입은 타카오가 학생인지 몰랐을 리 없습니다. 유키노가 읊어준 시 구절은, 자신이 문학 선생이란 뜻만 있었을까요?

유키노는 학교에서 조차 이상한 추문에 휘말려 곤란을 겪고 있었습니다. 결국 유키노는 학교를 그만두기로 결정했고, 다카오는 유키노에 대해 나쁜 소문을 퍼뜨리는 학생을 응징하는 사태가 벌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다카오는 착잡한 마음으로 공원에 향하는데, 그 곳에 비를 쫄딱 맞은 유키노가 있습니다.

둘은 유키노 집으로 향하고, 추위를 녹이며 음식을 해먹습니다. 그리고 다카오는 유키노에게 마음을 고백하지만, 유키노는 자신은 곧 이사를 갈 것이고 그동안 고마웠다고 말합니다. 다카오는 그렇게 그녀의 집을 떠나는데, 잠시 머뭇거리던 그녀는 맨발로 문을 박차고 나가 다카오에게 마음을 고백합니다. 다카오가 만들어준 구두로 일어설 수 있었다면, 이제는 그녀 스스로 맨발로 마음을 확인해 준 것이죠. 이때 흘러나오는 OST가 가히 절정입니다.


끝이 아닌 끝

다음 날, 유키노는 도쿄를 떠나 고향으로 돌아갑니다. 다카오는 유키노가 없는 도쿄에서 열심히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평소와 다름 없는 모습 같지만, 그의 마음은 확실히 단단해진 듯 보입니다.

다카오와 유키노는 계속 편지를 주고 받고 있습니다. 유키노는 아무래도 고향에서 다시 교단에 설 수 있었던 듯합니다. 그리고 다카오는 그런 그녀의 편지를 읽은 후 결심합니다. '자신의 힘으로 좀 더 멀리 갈 수 있게 된다면, 다시 한번 그녀를 만나러 가겠다'라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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